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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따뜻한 기운이 온 세상을 덮어 버린듯한 느낌입니다. 봄은 아직 오지 않은듯이 오고 말았습니다. 매년 봄이되면 그렇게 기다리지도 않았으면서 또 그렇게 기뻐하고 반가워하는지 모릅니다. 매번 반복되지만 그러나 결코 서두르는법이 없이 오는 계절은 우리에게 지혜를 배우게 합니다.

 

언젠가 읽은 ‘도쿄타워를 오르는 법’이란 글이 생각이 납니다.

 

도쿄 타워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방법은 돈을 예쁜 엘리베이터 걸이 안내하는 엘리베이터에 돈을 주고 타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타워 바깥에 있는 계단을 공짜로 걸어가는 것이다.

 

돈을 주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약간의 귀막힘과 울렁거림만 있을 뿐 금방 정상에 오르지만, 돈 한 푼 들지 않고 계단을 오르려면 정상까지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이 요구된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이렇게 모두 515 계단을 오르면 심장의 맥박수 만큼 다리는 떨리고, 온 몸은 뜨거워진다. 이마와 등에 흐르는 땀도 많이 흐른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만날 수 없는 좋은 일이 있다.

 

“여기까지 오르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쿄 타워에 근무하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반갑게 맞으며 마른 수건과 걸어서 도쿄타워를 올랐다는 인증서를 준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선물은 나선의 원형으로 생긴 계단을 오르면서 만나는 360도의 도쿄 전경이다. 

 

저는 도쿄타워는 커녕 토론토에 있는 CN타워도 올라본 경험이 없는지라 제 이야기 처럼 할수는 없지만 이야기가 하는 의미를 잘 이해할수는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는 곧잘 산을 올랐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검단산은 정상에 서면  두물머리(양수리)가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그곳에서서 한강이 합쳐지고 또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간혹 설악산에라도 오를 때면 오르는 동안 기진하고 힘겨운 심신을 일거에 날려주는 소청봉 근처의 탁 트인 시야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이든 오르느라 피곤했던 마음이든 그 눈 앞에 펼쳐지는 산과 바다의 모습에 가슴이 시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힘들게 올라가는 만큼 더 아름다운 관경을 볼 수 있는 것일겝니다. 단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도 주변의 경치를 다 감상 할 수 있을테고 굳이 힘겹게 산을 타고 오르지 않아도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의 두 다리의 힘으로 근육이 긴장되는 경험을 통해서 두 발로 디뎌 올라간 그 곳에서 만나는 기쁨에는 비할 것이 못됩니다.

 

그 성취감을 제하고서도 오르는 도중에 눈에 보이는 수 많은 것들과 풍경은 결코 두발로 걷지 않고는 마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는 것을 기뻐하고 즐거워 하는 것 역시 긴 겨울을 지난 이들에게 주어지는 기쁨입니다. 세계의 경치 좋고 기후 좋은 곳만은 찾아다니며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봄의 아름다움은 좋은 것이겠지만 그 땅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이야 말로 훨씬 아름다울테니까요.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하나님은 날과 계절을 주시고 흐르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안달을 해도 그 시간이 더 빨리가거나 느리게 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감당하며 기쁘게 살아갈 때 다시 맞이하는 시간들과 계절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허락해 주신 시간들과 계절을 지내면서 나의 나그네 인생을 여유롭게 그리고 주신 가운데 흔들리지 않고 조급하지 않으며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이번 봄은 그래서 더 여유롭게 행복을 누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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