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나에게로 천착해 들어간다. 물론 예전의 치열함이나 나에 대한 고민과 인간에의 한탄, 혹은 세상과 인생에의 고민들이 조금씩 익숙해 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의 문제와 나의 삶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언젠가 쓴 일기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쓴 글이기도합니다.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의 삶의 시계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나 먼땅 이곳에 와서도 나의 생각과 나의 고민의 정점에는 결국 내가 있습니다.
고상하게 이야기하면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또는 나에게 기대하시는 하나님의 비젼은 무엇인지와 런던제일교회를 통해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가 그 중심입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이나 사역을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전히 아내와 아이들의 미래와 현재가 나의 중요한 관심이고 그들의 삶의 평안이 나의 마음을 좌우하는 것을 봅니다. 오늘도 세상과 싸우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의 존재가 평안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잠시라도 그 피할 곳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나를 중심으로 시간이 돌아갑니다. 나의 감정과 나의 사역, 그리고 고민과 깊은 절망(나의 연약을 바라보는) 이런 것들이 나의 시간을 무디게하고 힘겹게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기의 삶의 중심에 아이들을 두고 살아갑니다. 어디 아내뿐이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과 나이먹음과도 싸워야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의 싸움에 동참하고 그 싸움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 그리고 비젼을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녀석들이 살아가는 삶에 주목하고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잠간이라도 자녀들이 감정과 경험에 어려움이 있을까 고민하고 조그마한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 엄마의 격려는 다시 아이들을 힘있게 설 수 있게하는 가장 좋은 약이됩니다.
아마 아내에게는 아니 모든 엄마에게는 자녀들의 시간이 자신들의 시계위에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짜놓은 계획에도 자녀들의 스케줄이 어김없이 밀고 들어오고 그 시계 위를 때로는 기쁨으로 또 때로는 최선을 다해서 달려갑니다.
아마 이것이 아내와 남편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삶과 나의 인생을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엄마들에게 주신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물론 현대는 그렇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렇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엄마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그들의 이름이 엄마인 이상 그들의 시계에는 자녀들의 시간이 중요하게 덮여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들에게 자녀들이 보내는 작은 사랑의 답장(?)은 참으로 큰 위로가 됩니다.
나의 시간을 살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녀들의 시간에 나의 시계를 맞추고 살아가는 엄마들의 시간 역시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을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아직도 연약하고 온전하지 않은 우리를 기다리시면서 우리가 자라가는 시간을 참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 앞에서 오늘은 나의 시계를 점검해봅니다. 나의 사간 속에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