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7 10:42

사소하고 느린

조회 수 1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snail-3321718_960_720.jpg

 


현대를 살아가는데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시(詩)입니다. 그리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테지만 생각해보면 시란 분주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빠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 삶에서 시란 정 반대편에 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 할수는 있겠습니다. 그래보아야 일년 내도록 시집 한권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시 한편을 잘 읽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교회 주보에 시를 한편씩 실으면서 여러 시집들을 뒤지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시인들의 시를 모아놓은 곳을 열심히 드나들며 시를 읽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즐겨찾는 이들의 시가 있고 좋아하는 시의 어투가 생겼습니다.

치열하고 열정이 충만하기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관조적인 어투가 좋고 게르지는 않더라도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쓰는 말들이 좋습니다. 아마 내 삶이 그런 것들을 통해 위로를 느끼고 평안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하고 느린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풍경이나 배경처럼 그저 있는 듯 없는 듯하게 존재하는 것들과 천천히 자기의 길을 가는 것들이 주는 위로가 좋습니다. 나무가 그렇고 자연이 그렇습니다. 아마 하나님이 만드신 것들은 다들 그런것 같아보입니다.

 

만드신 그대로 서서 그렇게 존재 자체로 찬양하고 예배하며 살아가는 것들은 그래서 그 자체로 우리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것 같습니다. 


시인 박경리씨는 자기의 시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하나님이 열어주신 바늘구멍만한 위로나 숨구멍을 통해 위로받고 그래서 자기는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주신 위로가 자기의 삶에 늘 그런모양으로 주어졌다고 말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마 사소하고 느린 것들일겁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광장한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그저 어제도 오늘도 그자리에서 그렇게 자기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들이 좋습니다. 

 

가끔 지치고 힘겨울 때 늘 그자리에서 있어주고 누군가에게 말하기 쑥스러운 기쁨도 말없이 함께 해주는 사람들, 나무들, 그리고 하나님의 손길이 내게는 참 좋은 친구들이자 행복의 이유들입니다. 나믇ㄹ과 같은 행복의 크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를 살아가게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게하는 힘이되어주는 것들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무엇이 그런 위로와 기쁨이 되어주는 것들입니까?

 

마음은 참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아주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며 행복할 수 있는가하면 아주 작은 것으로도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내 뜻대로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에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하나님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손을 내미시고 우리가 있는 곳에 함께 있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서 또 아름다운 꽃들이나 푸른 나무들을 통해서 전해지기도합니다.

 

봄이 늦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도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기쁨과 행복의 하나님을 기다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


  1. 사소하고 느린

    현대를 살아가는데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시(詩)입니다. 그리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테지만 생각해보면 시란 분주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빠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 삶에서 시란 정 반대편에 선 것처럼 보입니...
    Date2018.04.17
    Read More
  2. 그리움의 방향

    이번주 내내 한국에서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전쟁이야기며 엄혹하고 냉냉한 소식만 전해지던터라 공연단이 오가고 동계올림픽에 연합선수단이 출전하는 일은 놀라운 소식입니다. 심지...
    Date2018.04.10
    Read More
  3. 아름다움과 기쁨

    세상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큼 기쁜일이 또 없습니다. 무심코 길을 가다 만나는 노을의 황홀한 빛이거나 이른 새벽 예배를 마치고 가는 길에서 보는 안개가 내린 풍경은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비교적 누리기 ...
    Date2018.04.03
    Read More
  4. 이 땅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교회 앞 화단에 조심스럽게 수선화와 튤립의 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긴 겨울을 지나고 어느틈엔가 봄이 왔음을 온 몸으로 알리며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싹을 보면서 살짝 흥분이 됩니다. 봄에 올라오는 새싹이지만 이제부터 가을이 지나 나무며 풀이며 겨...
    Date2018.03.28
    Read More
  5. 콘트라베이스

    영화 <향수>의 원작인 소설과 <좀머씨 이야기>를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쓴 소설중에 <콘트라베이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희곡처럼 한 무대위에 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독백으로 되어있는 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주인...
    Date2018.03.13
    Read More
  6. 최고의 순간의 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를 평가 할 때 보통은 두가지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는 의례적으로 나를 못난 사람으로 소개하고 자기 스스로는 자기의 좋은 모습을 발견하려고 애씁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애...
    Date2018.03.07
    Read More
  7. 지는 훈련

    요즘 한국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많은 선수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금 경기에 임하면서 애쓰는 수고는 그들이 올림픽 경기에 오기 위해 그동안 흘린 땀에 비하면 ...
    Date2018.02.28
    Read More
  8. 씨앗이 가진 생명력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이런 저런 음식들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들이 때로는 몸에 좋았다가 또 대로는 그렇지 않기를 반복해서 종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맛있는 음식을 조절해서 균형있게 먹는 길을 택하게 됩...
    Date2018.02.14
    Read More
  9. 후회는 없을 거예요

    후회 가득한 목소리로 오, 오, 오오, 여가수가 노래한다 남겨진 여자가 노래한다 마음을 두고 떠난 여자도 노래한다 후회로 파르르 떠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마사이 워킹화를 산다 판매글 마지막에 적힌 ‘후회는 없을 거예요&rsquo...
    Date2018.02.07
    Read More
  10. 나의 생명으로

    ““나에게 줄 수 있는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 한국을 위해 드리겠습니다.” -루비 캔드릭 선교사의 묘비에서 25살의 젊은 나이로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왔다가 겨우 1년여를 섬기는 와중에 병으로 순교의 길을 걸은 루비 캔드릭...
    Date2018.01.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60 Next
/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