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홈페이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신영복선생의 글씨입니다. 작은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붓글씨를 써 서화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 내용이 한참을 음미하게합니다.
요즘 글쓰기야 컴퓨터를 사용하든 아니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든 간에 쉽게 쓰고 틀리면 되돌아가 지우고 고치고 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애써 글을 쓰고 정성을 기울여 한 글자 한 단어를 생각하며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써 놓은 것들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아서 점점 만년필이며 펜으로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됩니다. 특별히 요즘은 글씨를 쓸 때 안경을 쓰지 않고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서 그저 감으로 글씨를 쓰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글씨가 잘보이지 않으니 다행이기도 합니다. 못난 글씨 때문에 마음 상할 일이 없고 잘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많이 쓰지도 않게 되기도합니다. 그래도 손으로 쓰면 글씨가 이쁘지는 않을지 몰라도 잘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면 자꾸 써놓은 글씨가 엉뚱하게 타이핑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은 휴대전화를 쓰면서 훨씬 더 자주 일어납니다. 잘 썼으려니 하고 그저 보내고나면 뒤에 오타가 난 것을 발견하고 민망해합니다. 보내고 나면 고칠 방법이 없으니 하는수가 없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신영복선생이 쓴 글은 붓으로 한글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는 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한번 쓴 글을 다시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번 그은 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음 획으로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어 나가면서 글씨를 써 내려갑니다.
마치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한번 살아낸 시간은 다시 돌이켜 고쳐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때로는 조금 반성과 후회를 담아 방향을 고쳐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금방 손바닥을 뒤집듯이 내 태도가 바뀌지도 않으려니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지도 않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내 태도가 조금씩 바뀌게 되고 그런 변화는 이전의 삶을 감싸고 조금씩 수정되고 또 조정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한번 그은 것으로 끝나는 것일수 없습니다. 조금 잘못 그은 획을 다음 획이 보완 할 수 있듯이 아주 잘 그은 확도 다음에 그은 획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망칠 수 있습니다.
열왕기서를 묵상하면서 이스라엘의 왕들이 처음에는 선하게 잘 살았지만 나중에 하나님 앞에 교만해진 이야기를 읽습니다. 결국 그들은 실패로 끝나는 인생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하나님은 악한 왕들에게도 기다려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그들이 돌아 올 수 있도록 해 주신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오늘도 나의 연약함을 기다려 주시고 하나님의 말씀과 뜻 가운데로 돌아 오기를 부르시는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조금 삐딱하게 그은 지난 시간들 위에 조금 수고해서 균형을 맞추고 보완해서 아름다운 글씨를 써 내려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조금 삐딱하게 시작했어도 전체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