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6 09:48

농사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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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종종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을 비유로 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목자로도 농부로도 비유하셔서 우리가 사는 삶이 식물과 같거나 식물을 키우는 농부와도 같은 삶인 것을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사랑으로 애써 키우는 포도나무나 정성을 다해 기르는 밭의 식물은 농부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자라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삶을 농부와 같이 키워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글을 통해 아는 후배목사가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너무 어렵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대학으로부터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도한 교수에게 편지를 하면서 앞으로의 싸움을 잘 준비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편지를 받은 교수의 답장이 자기의 인식을 바꾸게 했다면서 소개한 글은 이렇습니다.

 

“그래. 내 생각에 이 시간을 박사 과정을 준비하는 데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나라면 군사적 비유보다는 농부의 비유를 쓰겠네. 자네 스스로를 학문이라는 밭을 갈고 작물을 키우는, 그리고 바라기는 교회를 위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농부라고 생각하게. 그러면 이제 이번 봄과 여름을 이 밭에서 어떻게 쓰려나?”

 

물론 영문을 의역하기는 했지만 늘 싸우듯이 공부하던 자기에게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면 조금 더 해볼만 하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삶을 위해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을 위해 식물을 심고 키우듯이 한다면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싸우며 애쓰고 수고하는 일이기 전에 먼저 자신을 가꾸고 오래 참으면서 새싹이 나기를 기다려 주는 것 말입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열매를 맺기에는 한없이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아보여도 조금씩 사랑과 수고를 더하면 싹이 나고 잎이 자라면서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하나님이 심으신 씨앗들입니다. 본래는 약하고 게으르며 죄로 가득한 존재들이었지만 예수님의 보혈로 씻으시고 그 생명을 우리에게 심어 주셨기 때문에 이제는 그 열매를 맺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심으신 것을 잘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자라는 비료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뿌리가 깊이 자라야 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키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집니다. 세상의 시험과 유혹이 기승을 부릴 때에 말씀을 끊임없이 먹어서 그곳에서 생수를 얻어야 합니다.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걸음을 걸으면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내 속에서 자라는 열매를 키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은 우리 인생 가운데서 아름다운 열매들을 수확하실 것입니다. 감사의 열매, 기도의 열매, 교회를 위해 수고하는 봉사의 열매들이 우리 삶에 맺혀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말씀으로 물을 주고 뜨거운 햇볕에 자라도록 기다려 줍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도 비유합니다. 싸움은 늘 힘겹고 두려운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의 상황은 군대에 대한 독특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믿음으로 싸우는 싸움과 같은 양상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와 같이 부드러운 이미지만큼이나 전쟁과 같은 거칠고 투쟁적인 면이 있습니다.

 

심지를 굳게하고 내게 주어진 목적지를 향해 신실하게 싸워 나가는 삶이 또한 그리스도인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 싸움을 승리할 것입니다. 이 소망이 오늘을 사는 힘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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