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히틀러 밑에서 유대인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전범을 재판하는 과정을 취재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한나 아렌트 자신이 독일에서 거주하다가 탈출한 유대인이었기에 나치에 대한 선명한 기억이 있는 사람었습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들을 잡아 강제이주 시키는 역할을 맡았다가 결국 그들을 아우슈비츠에 보내 죽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인물이 됩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아이히만은 잡아 납치하여 자국의 법정에 세웁니다. 나치의 악함을 온 세상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공개적인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히만은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가 조금씩 자기의 행위를 정당화 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주장하게 됩니다.
한 인간으로 아이히만은 평밤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저 국가가 시킨일에 복종한 것 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친절한 이웃이었고 좋은 가정의 남편이자 가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보편적인 도덕과 선함이라는 책임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죄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이중성을 갖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선하고 진실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참으로 악하고 추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자기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결정과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 항상 올바르고 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선한 성품은 죄로인해 오염되고 악에 의해 시험받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자주 우리로 하여금 타협하게하고 스스로를 설득해서 악한결정을 내리거나 죄의 자리에 서게 되기도합니다. 그러면서 그런 자리에 서고 결정한 나의 연약함을 어쩔수 없었던 것으로 스스로 설득하기도 합니다.
선을 행하는 것과 하나님의 성품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애씀이 필요합니다. 나의 의지를 반하여 행동할 때가 많고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을 예민하게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신지어 나도 모르는 나의 연약함과 스스로를 속이는 죄를 넘어서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신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성령의 도우심을 필요로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날마다 구하지 않고서는 선을 행하는 삶을 살아갈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와 예배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에게 또 공동체를 허락하셨습니다. 작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통해서 또 교회공동체를 통해서 힘을 얻게 하셨습니다. 홀로 수고하며 사우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싸우는 싸움을 싸우라고 하십니다.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면서 이 세상의 악함과 싸워 하나님의 선하심을 이루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함께 하는 관계로 인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부으신 성령의 은혜를 통해 서로 같은 마음으로 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한분이시듯이 우리는 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위로를하며 격겨가 필요한 이들에게 겨겨하며 함께 서기를 원합니다. 다른 무엇이 필요해 보이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며 용납함으로 어깨를 두드려 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