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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선생이란 분이 계십니다. 이미 돌아가신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소박한 농부로 그러나 생각의 거인으로 사셨던 분이시지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아! 바람이 서쪽으로 불어도 동으로 눕는 잎이 있는 법이지! 서쪽으로 누운 잎사귀라도 잠시 바람 그친 틈에는 다시 동으로 돌아와! 그게 생명이거든!”

 

그분의 생각이 정확히 어떤 뜻이었는지를 떠나 이 말을 읽으면서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서 풀잎이 넘어져도 그 풀잎이 결국 향하는 곳은 햇살이 비취는 곳일겁니다. 나무와 같이 생명이 가진 가장 진한 속성중에 하나는 빛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성질일 것입니다. “굴광성”이라든가요. 물론 엄밀히 따지면 어둠을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고 햇살 없이 사는 녀석들도 전혀 없지는 않을테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의 기본 조건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일터입니다. 해바라기처럼 해를 따라 자기의 얼굴을 향하는 것이 생명을 가진 나무며 식물들이 가진 속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론 강한 바람 때문에 그 고개를 서쪽으로 돌렸다 할지라도 결국은 다시 돌아와 해를 향할 수 밖에 없는 것일테구요.

 

바람은 나무에게 시련을 줍니다. 때로는 그 고개를 사정없이 꺾어 부러뜨릴듯한 기세로 윽박 지르기도 합니다. 강한 바람에는 풀들이며 나무가지들이 그 바람이 하자는대로 고개를 돌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 바람이 그치고 나면 그 힘은 곧 끝이 나고 맙니다. 결국 풀이며 나무를 자라게 하는 것은 하늘에 떠있는 햇살이며 그의 뿌리를 통해 들어오는 물일 것입니다. 우리네 삶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네 삶이 늘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 은혜로만 살아가게 되지 않는 것을 봅니다. 우리의 고개가 하나님을 향하다가도 우리에게 불어 오는 바람에 너무도 쉽게 고개를 돌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향해서 우리 눈을 두고 그분을 바라보며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영양을 공급 받아 사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하나님을 외면하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닥치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일겁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에게 닥치는 어려움 보다 그 바람을 이길 만한 힘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고개를 하나님으로부터 돌려 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도 하나님은 실망하시기보다 긍휼한 마음을 가지실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어서 하나님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쉽게 죄에 넘어지고 또 시련에 무릎을 꿇는다 하더라도 그 시련을 지나고 나면 다시 하나님을 향해 고개를 향할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죄송하고 또 염치없다해도 우리를 살려서 당신의 자녀 삼으신 하나님은 우리가 바람을 이기고 당신에게 돌아 오는 것이건 아니면 그 바람이 그쳐 비로소 다시 하나님을 찾아 오는 것이든 늘 반가이 맞아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가질 것이라곤 자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하나님을 향한 갈망일 것입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을 갈망함으로 그 앞에 나가기를 원하면 하나님은 언제라도 우리를 반겨주시고 또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당신의 품으로 인도해서 우리에게 풍성한 사랑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향한 갈망으로 그 은혜를 향한 마음으로 하나님께로 향한다면 하나님 없는 인간은 전적으로 죄를 향해 우리의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밝은 빛이 비친다 할지라도 죄인으로는 하나님을 향해 고개를 돌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은혜입니다. 죄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우리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갈망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그 하나님의 은혜를 향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이 우리의 고개를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게 하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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