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이들이 읽을 글을 부끄럼 없이 쓰는 것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목사로 사는 것과 그리 멀리 떨어진 이야기는 아닌듯 싶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직분임에도 불구하고 전하는 존재로써 나를 생각하면 참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른 목사님들은 설교하시기 전에 “나는 마른 막대기로만 사용하시고... 나는 지우시고 말씀만 드러나도록” 기도하셨구나 이해하게 됩니다.
글쓰기도 똑 같아서 어찌하여 시작하고 보니 이제는 그만 두려하여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맙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말을 써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철부지 어렸을 적에야 그런 생각 이전에 내 생각을 드러 내는 것이 더 좋았으니 별 문제입니다만 지금은 그렇게 드러낸 나의 글이 여전히 남아서 나를 향해 비수를 날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이렇게 무엇인가를 주보에 쓰고 있습니다.
주보에 혹은 다른 공간에 나의 생각들이나 혹은 다른 말들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내가 가진것을 드러내려는 과시욕이나 나의 생각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해야 겠다는 차원에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나의 작은 고민들과 삶의 생각들을 나눔으로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기를 바래서였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고민들을 쓰고 또 의미들을 나누며 내 생각이 말씀과 신앙 안에서 이렇게 자라고 있다고 나눈 것입니다.
사람은 먹을 것을 먹음으로 자랍니다. 한창 자라는 나이에 있는 아이들은 다른 시기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먹고 소화시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는양을 보면 대체로 그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크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과 신앙도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음으로 자라게 됩니다. 신앙은 조금 더 독특해서 꼭 들어 온 양에 비례하여 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소화시키면 조금씩은 자라게 되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먹은 것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양분이 되어 스스로 자라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나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나뉜 말과 글들이 서로에게 또 다른 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글쓰기를 즐거워 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여전히 여물지 않고 푹 곰삭지 않았더라도 나눔으로 더 풍성해지고 자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나의 생각에 부끄러움이 파고 듭니다. 그리고 내가 설교하고 글을 쓰는 것에 주저하게 만듭니다. 정말 너 그렇게 쓰고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이내 고개를 젓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다고해서 글을 그만 쓸수도 설교를 그만 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내가 전하는 말과 글에서 나도 그렇지 않음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스스로에게 위안이 됩니다.
정말 그렇게 하는 것으로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설교한다면 아마도 한마디도 할 수 없을테고 그렇다고 늘 나의 부족을 고백하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덮을 수는 없을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약한 인간인 것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필요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나입니다.
스스로 나의 부족을 안다고 해도 결코 그것이 겸손으로 끝날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고민하며 싸울 문제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심장으로 외쳐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이어도 때로는 스스로에게 위선이라 생각될지언정 마른 막대기로 무엇인가를 가르킬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막대기의 소명일 것입니다. 쓰이고 나서 부러질 지언정 쓰시겠다고 부르신 곳에서는 도망가지 말아야 겠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결론을 얻을 수 없지만 오늘도 부끄러운 글쓰기를 하고 설교를 합니다. 조금씩 그 깨달음 안으로 자라가기를 기도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그러면서도 담대하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어떠함이 전해지기 이전에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이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나눔을 통해서라도 서로에게 격려 받으며 도전 받을 수 있기를 또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