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랑 가위바위보를 할까? 네가 이기면 부탁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그럼 아빠, 내가 갖고 싶은 것 다 사 줄 거야?˝
˝물론이지. 네가 갖고 싶은 것은 아빠가 모두 다 살 줄게.˝
아버지와 아들은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은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아들은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고 즐거움이자 낙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가지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사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즐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버지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에게 일부러 져준 것을 아들은 아직 어려서 알지를 못합니다. 오직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아들, 아버지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없어 조막손으로 태어나 오직 주먹밖에 낼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계속 지고 싶어합니다. 언제가지나, 언제까지나. 자기가 주먹밖에 낼 줄 모른다는 것을 아들이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아버지는 또 계속 져 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오지 않기를 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유현민 《행복 수첩 속의 이야기》중에서
한해를 다 보내는 마당에 성탄이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날이 12월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이 땅에 기쁨으로 오신 날이 한해의 마지막에 있어서 좋습니다.
지나고나면 늘 아쉽고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렵기도 했고 또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거나 지치지 않을만큼 예수님의 성탄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들은 우리들과 다른 이유이지만 그래도 예수님의 탄생이 온 인류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일이어서 감사합니다. 이유를 바로 알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님을 통해서 아버지가 되십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이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에게 이미 하신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함께 해주십니다. 우리가 아직은 어리석어서 그 사랑의 크기와 방법을 잘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아들을 위해 늘 져주시는 아버지의 가위 바위 보 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사랑으로 대하십니다. 우리가 아직은 어리고 어리석어서 하나님의 사랑을 잘 모르고 내 힘으로 사는줄 알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상관하지 않으십니다.
입술로만 예배하고 내 마음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며 살아 온 시간들이지만 하나님은 화내시기보다는 측은히 여기시고 혼내시기보다는 위로해 주십니다. 가끔은 그런 하나님 아버지의 곁이 너무 무거워서 홀로 자유롭고 싶어하는 우리들에게 기꺼이 떠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시지만 또한 다시 돌아오기까지 먼 발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힘으로 우리들을 강제하실 수 있으시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어리석음 조차 이해해 주십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결코 그 길의 끝에서 우리를 벌하시거나 실패하게 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수고와 열심으로 우리에게 선한 길을 가르치십니다.
2012년의 성탄을 맞이하면서 지난 한해의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불러주신 사랑을 기억합니다. 내가 잘 느끼지도 알지도 못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언제까지라도 우리에게 져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 풍성한 마음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 마음에 조금씩 다가가는 새로운 한해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내미는 손이 참으로 약하고 부족한 손인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도움을 구하는 겸손한 한해이기를 또한 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우실 하나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