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아시는 분
김요환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소개된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5월 7일 방송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에서 근육에 힘이 빠져 못 움직이는 중증 근무력증과 천식을 비롯한 각종 복합병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변혜정(41)씨의 이야기입니다.
그 방송을 보지 못했으니 다 알지 못하겠으나 실어 놓은 이야기 만으로도 그 아픔과 힘겨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자기로 인해 희망이 아닌 절박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염려하며 “깊은 밤을 날아서”라는 노래를 불렀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또 아내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의 고백이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기사는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삶은 때로는 이렇게 힘겨운 이야기들을 토해냅니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아닐 때에는 한편으로 위로하기도 하고 또 격려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의 이야기가 되면 숨막히는 현실에 도무지 어찌 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전하는 한 마디 위로나 격려 조차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목사로 성도들의 아픔을 보면서 그들에게 위로하자면 분명히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우리 인생을 향하신 인도와 보호를 전하지만 마음 한곳에 아픔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냥 내가 알고 있다고해도 하나님이 성도의 고통을 통해 그들을 때로 연금같이 단련하신다 해도 자기의 입술로는 고백할 지언정 다른 타인의 입술로 듣는 이야기는 그들의 마음을 더 깊이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타인이라는 시선은 그래서 앞서 소개한 저런 아픔을 보면서 한번 감동하고 아파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지만 정작 본인과 그 가족은 이렇게 한번 좋은 시간을 뒤로하면 또 연속된 아픔과 절망의 시간들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100, 900, 2700, 7000, 무리수.....
앞서 방송에 나온 변혜정씨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성도의 남편이 쓴 글에서 본 숫자들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침상에서 아내를 씻긴 숫자 100, 그 아내와 아파하며 절망하며 보낸 날짜 900, 그 아내와 함께 밥을 먹은 숫자 2700, 아니 그 아내에게 밥을 먹여준 숫자, 아내의 몸을 위해 소변을 받아낸 숫자 7000, 그리고 절망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세운 숫자는 셀수 없습니다.
참 한쪽 가슴이 턱하니 막히는 체증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며 붙잡는 믿음을 인하여 숙연해집니다. 무엇으로 그들을 안다고 그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에게 참으로 당당하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목회자가 되기 힘겹습니다. 아직도 저에겐...
믿음 없는 목사 마냥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도하심 그리고 그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선포하고 그로 성도들을 격려하며 세워도 부족할텐데 자주 그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몰라 답답해합니다. 압니다, 하나님은 우리보다 크신분이시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하나님이 이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지키시고 보호하시며 인도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손길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너무 분명하게 압니다. 그래도 여전히 힘겨운 성도들의 아픔도 압니다.
우리더러 성경은 “나그네”라고 이름을 붙여줍니다. 집이 아닌 곳을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인 나그네 말입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결코 떠돌이와 다릅니다. 갈 곳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돌아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분명히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과 그 나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우리가 사는 나그네 인생이 결코 절망으로만 끝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 희망과 기대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져 가는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가끔은 성도의 고통과 아픔에 같이 아파하며 우는 것만 할 뿐이어도 그것이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오늘입니다.
당신의 아픔을 저도 다 알지 못하지만 그 아픔으로 고통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