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걷고 싶어요
김요환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는다.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란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 장영희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
장영희교수는 1살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았습니다. 거기에 인생의 마지막 몇년을 유방암으로, 전이된 척추암으로 고생하며 이 긴 투병을 이기고 다시 선 강단에서 끝내 간으로 전이된 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어쩌면 불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한 사람”, “맑고 투명하며 용기 있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쓰러뜨린다”고 말하던 장영희교수는 자기에게 있는 그 소망과 힘의 근원으로 아버지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인 장장왕록교수를 통해 그녀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과 용기를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같은 영문학교수의 길을 가면서 아버지가 배웠던 교수님에게 배우고 그 마음을 닮으려 애썼다고 고백합니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아름답게 살기위해 애쓰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많은 어려움을 이기는데 또 다른 한 사람이 의미를 가지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특별히 장영희교수가 쓴 저 글에서 처럼 좀처럼 남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아버지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자기가 같은 길을 갈 사람으로 삼아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참 많은 이들이 그녀의 뒤를 따라 또 용기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면서 말입니다.
딸들을 둔 아버지로 한편 참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내 딸들은 과연 나를 닮고 싶은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을까? 녀석들이 자라면서 이전에 내가 숨쉬던 땅과 배우던 학교, 거닐며 고민하던 길들을 걸으며 같은 고민을 하고 싶어 할까? 아니 그렇게 그리워하고 배우며 용기를 얻을 수 있있을까?
딸들에게 또는 다른 이들에게 나란 존재가 따뜻한 기억으로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을까? 작은 한마디 말과 웃음짖는 표정 하나가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나를 통해 아름다운 것을 전하지도 용기를 나누지도 부드럼고 따뜻한 웃음을 나누지도 못하고 이기적으로 살지는 말아야 할텐데..... 바쁜 시간을 살아가다가 보면 하나님이 내게 허락해 주신 좋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지금 이 땅에서 죄인들이 가득차 갈망하는 세상의 유혹과 욕심으로 때로 불만하고 분노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같은 길을 걸으면서 그때에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는지를 생각하고 그 길에서 배우곤 하는 것을 봅니다. 적어도 내 자녀들이 나의 뒤를 따라 걸으며 같은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은 노력해야 겠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