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기다림과 관련된 시들을 생각나게 하는 계절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게는 한해를 결산하는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다림은 그 단어가 주는 느낌 만으로도 아련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것은 기다림이 가진 소망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 기다림은 애탐과 초조함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대와 결과를 향한 갈증이 포함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림은 외로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있습니다. 아직은 그 설레임과 소망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할겁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오늘을 사는 삶 속에서 오늘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믿음으로 붙잡고 오늘을 이기며 내일을 소망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삶일 것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믿음으로 흔들리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말씀이 전하는 소망을 놓지 않는 삶이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외로움을 이기고 다른 이들을 격려할만큼 성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전히 내가 만나는 외로움이 너무도 커서 설레임과 소망조차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지금 내 모습입니다. 기대하는 내 모습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가슴벅참으로 기대하며 오늘을 기꺼이 이겨내는 사람이지만 역시 내 속에 확인되는 것은 현실 앞에 외로워하는 어린 아이입니다.
아마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가는 발걸음 가운데는 이 기다림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마치 다 이른 것 같이 행복하고 즐거울테지만 또 곧 현실 앞에 외로워 할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가는 이 길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 봅니다.
성경에 나오는 많은 믿음의 사람들은 그 기다림 안에서 연단되고 성숙해져 갔습니다. 그들과 같은 자리에 있지도 않지만 오늘 나의 삶도 그 기다림 안에서 자라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미디안 광야에서 장인의 양떼를 치는 모세의 기다림은 그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니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보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간이 하나님이 준비한 시간임을 압니다.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고서도 긴 기다림의 시간을 쫒기며 광야를 유리해야 할 때도 그 기다림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맡기신 왕의 일을 잘 감당하게 하시기 위한 훈련이었음을 또한 압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왕같은 제사장으로 세우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왕같은 제사장은 고사하고 그저 평범한 하나님의 나라 백성도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또 우리를 기다리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삶에 폭포수와 같이 쏟아지는 그 날을 기다리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게 될 그 날을 기다리십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당신이 허락하실 기쁨과 즐거움 가운데 서게 하시기를 원하십니다.
나는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성경의 말씀을 조금씩 묵상하면서 그 안에서 허락하실 은혜를 기다립니다.
나는 오늘도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기다립니다. 부족한 기도 가운데 임재하셔서 말씀하시고 그 기도를 들으셔서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어 주시는 날을 기다립니다.
오늘 여전히 내 삶이 외롭고 하나님의 영광이 풍성하지 않은채로 약하고 지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나를 향해서 아니 우리들을 향해서 은혜 베푸시기를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우리는 기도하고 기다릴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