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이란 책을 쓰다가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란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쓴 “느리게 살기”란 책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느림이란 화두가 한동안 인기를 끌기도했습니다.
너무도 바쁘고 빠른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이란 단어는 묘한 울림을 줍니다. 아마 요즘 유행했던 “힐링”, 혹은 “웰빙”이란 말과 연결되서 산업화 현대화에 대항하는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느리다는 것이 결코 실패나 패퇴가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롭고 풍성한을 의미 할만큼 우리들 생활이 변해온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제게도 느리게 산다는 것에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분주한 하루를 뒤로하고 홀로 앉아 읽는 책이나 마시는 커피는 참 평안합니다. 빠른 자동차를 두고 두 발로 걷는 산책 역시 운동뿐 아니라 쉼을 주는 좋은 시간입니다.
피에르 쌍소는 자신의 책에서 느리게 사는 인생의 지혜에 대해 몇가지 소개합니다.
먼저 그는 들을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권태로우라고도 말합니다. 권태롭다는 것은 무엇에 애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우리를 가두어 놓는 것들로부터 떨어져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권태는 더 성실하게 살기 위한 것이므로 언제나 절제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다릴 것 역시 그가 권하는 지혜입니다. 우리에게 열려있는 미래를 기다리고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조바심을 내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나아가 자기 마음에 있는 고향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말합니다. 아마 추억이라 말할 수 있을 것들이 우리의 삶에 대한 애정과 열심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글을 쓸 것을 권합니다. 마음속 진실이 살아날 수 있도록조금씩 마음의 소리를 글로 써 보자는 것입니다.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이 하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머리가 끄덕여 지기도하고 한편으론 그렇게만 살수 있겠어 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같습니다. 그저 동일한 시간을 보내고 습관 처럼 반복되는 신앙생활에서 조금은 떨어져서 나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옛날 젊은 시절 열정적이었던 때를 떠올려 보기도하고 나에게 깊은 사랑을 주고 있는 이들을 다시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위로를 얻습니다.
잠간 늘 해오던 신앙의 행동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요. 말하고 행동하느라 놓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쁨이 우리를 평안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고 그 인도하심을 소망 가운데 기다리면서 나를 통하여 우리 교회를 통하여 베푸실 은혜를 꿈꾸는 것입니다.
2013년의 마지막 달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면서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지난 목회를 돌아보고 내년의 목회를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를 통하여 꿈꾸게 하시는 소망을 그려봅니다. 온전히 그분이 일하시는 것을 기다리면서 준비해봅니다.
이내 내가 할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현실의 분주함으로 돌아오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소망하며 기도하는 일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