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속도경쟁에 놓여있습니다. 각종 선전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가 더 빠르다는 것들을 보고 더 빠른 것이 최고인 것 처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 중에도 속도가 중요한(?) 차량만이 아니라 무엇을 익혀내는 조리기구, 깍거나 갈거나 만드는 도구들도 속도를 자랑합니다.
특별히 요즘 없어서는 않되는 것이 되어버린 인터넷 서비스는 훨씬 속도를 미덕으로 삼습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더 빠른 정보와 소식을 듣기를 원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빠른 것은 느림보다 나은 것으로 인정되고 그것이 곧 능력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빠름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갈수록 느림과 기다림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던지곤 합니다.
먹을 것을 찾고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이제는 페스트푸드보다는 슬로우푸드가 우리의 몸에 더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재료를 가지고 천천히 조리해서 모든 식구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어디 먹는 것 뿐일까요. 일하고 사는 것에서도 요즘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그것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바쁘고 분주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의 귀향은 그런 생각을 실천하는 또 다른 모습들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속도에 삶을 맡기고 살게 됩니다.
나 혼자 그곳을 떠나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나의 삶이 무엇인가로 인해 멈추어 있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되면 힘겨워합니다. 마치 실패자이거나 낙오자 같은 상실감이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런 우리에게 기다림을 이야기합니다. 기다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가장 아름다운 성품중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향하여 한없이 오래참으심으로 기다리십니다. 도무지 돌아올 가망이 없는 인간들을 여전히 사랑하시고 그들을 기다리심으로 구원의 길을 계획하셨습니다. 그리곤 우리들에게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그 기다림을 닮아 살아 가길를 원하셨습니다.
히브리서는 6장에서 아브라함이 끝까지 참아 약속을 받았다고 기록하면서 우리들에게도 참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가 선 자리가 무엇인가를 참아내야하는 자리이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자리임을 전제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을 살아가면서 이 땅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땅의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는 삶은 이 땅에서 기다림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비록 현실은 다른 세상의 기준에 비하여 힘겨울지라도 더 나은 것을 기다리기에 평안을 누리는 삶이 바로 성도의 삶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기다리심으로 그 사랑으로 그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분을 기다림으로 그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우리 삶에 작은 소망의 불을 켜고 그 하나님의 나라를 참음으로 기다려 얻게 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