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에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란 말이 있답니다. 링반데룽은 둥근 원을 뜻하는 ‘Ring’과 걷는다는 뜻의 ‘Wanderung’이 합쳐진 말입니다. 이 말은 등산 조난과 관련이 있는 용어인데, 등산 도중에 짙은 안개 또는 폭우나 폭설 등 악천후로 인해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계속해서 같은 지역을 맴도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길을 찾아간다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같은 지역만을 맴돌게 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링반데룽이란 말을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한희철목사님이 이 링반데룽이란 말을 빌어 현재 한국사회를 안따까워하며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마치 길을 잃어버리고 어디로 갈지 몰라 당황하고 정신을 잃어 버린 것 같아 보인다고 말입니다.
깊은 산에 들어 가서 길을 잃어 버리는 것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일은 없을 겁니다. 해는 져물어가고 아무리 가도 길은 보이지 않고 소리쳐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곳이라면 사람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지고 자기 몸을 지탱할 힘도 급속도로 잃어 버립니다. 그 시간이 마약 추운 때라면 굉장한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차분히 지형을 살피고 나서 주변에 보이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혹은 나침판을 살펴보고 지도를 통해 자기가 가야 할 곳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이며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가고도 합니다. 그렇게 골짜기를 따라가다보면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게되고 물은 또 인가를 향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되었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 있는 곳을 알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통하든지간에 이 두가지만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 자리를 맴돌며 방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습니다.
등산을 하는 상황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비슷합니다. 한희철목사님은 한국 사회를 이 현상에 비교해 보았지만 우리 개인의 삶이나 신앙생활 역시 같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매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 모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면 우리는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곳에 목적을 두고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선 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또한 분명히 안다면 조금은 더디더라도 우리는 바로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가는 길은 성경이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으로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라는 것입니다. 아니 먼저 그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고 그로 인하여 얻은 구원을 믿음으로 붙잡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출발합니다.
그 믿음의 자리에 선것이 확실하다면 이제 우리를 부르신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를 통해서 하나님은 어떤 것을 하기를 원하시는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먼저는 내가 가장 친밀하게 존재하는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좋은 남편으로 또 좋은 아내로, 그리고 좋은 부모와 자녀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곳에서 믿음을 지키고 그 고백을 드러내며 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그 자리에서도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내며 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갈 길이 분명하다면 이제 우리는 열심히 신실하게 그 길을 걷는 것만 남았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그 길을 신실하게 걷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