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천상병은 그의 시 귀천에서 이 세상의 삶을 아름다운 세상의 소풍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소풍 마치고 하늘로 돌아갈 것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삶에 설레는 기억이 있다면 아마도 어린시절 소풍일 것입니다. 이제는 여행이 되었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참 쉽고 잦은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행하는 것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고향에서 먼곳 이 땅까지 와서 긴 여행을 하고 있지만 오늘도 여전히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을 소망합니다. 일상을 떠나 잠시 낫선 곳으로 가서 그곳에의 삶과 한발짝 떨어져 구경하고 거닐다보면 내가 살던 곳의 답답함이나 힘겨운 문제들이 조금씩 실마리를 얻게되고 풀려가는 듯하기 때문에 우리는 낫선 곳을 찾아 떠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어디로 가든 일상을 떠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떠난다해도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은 여행이 되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 가운데서 그 지역 사는 이들의 모습이 떠나온 여행객들과는 다른 이유가 그것일겁니다.
아무리 가깝고 익숙한 곳들이라하더라도 일상의 문제들을 내려놓고 조금 떨어져 있을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여행의 출발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어린 아이들도 조금 걷기 시작하면 얼마나 집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는지 모릅니다. 아이들도 일상을 떠나 낫선 곳으로 가 움직이는 것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일상을 떠나는 것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여행만큼이나 다른 어떤 것들을 하기도합니다.
운동을 하거나 작은 취미활동을 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의미에서 일상, 삶의 문제들에서 한발자국 떨어지는 행위일것입니다. 그렇게 숨을 쉬고 틈을 얻게되면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힘을 얻게되고 또 열심을 낼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물론 삶에서 여행이나 일상의 어떤 틈을 누리는 것이 일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여행은 떠나기전 준비할 때가 가장 좋고 긴 여행은 누군가의 말처럼 ‘집떠나면 X고생’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행이나 소풍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기도합니다.
일상의 변함없음과 지루함(?)이 우리를 익숙하게 하고 편안하게 할 때 가끔 그 일상에 틈을 만들어 주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 틈이 무엇으로 만들어 지는지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인생에 있어서 작은 틈을 만나게되면 우리는 그 익숙한 생활에 변화를 맞게됩니다.
좋은 의미의 틈은 여행일테지만 좋지 않은 틈들을 만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아픔등이 우리의 일상에 흠을 내고 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 어떤 것이든 우리는 그 일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오랜동안 익숙하게 교회를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하다가보면 우리는 늘 그렇게 익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갑니다. 아마도 그렇게 변화 없음 만큼 좋은 신앙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신앙 생활에 어떤 틈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문득 나의 신앙을 돌아보게됩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면 다른 상황에 의해 강제로 그렇게 되든 나의 신앙의 민낯을 만나게 됩니다. 그 때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 것인지를 말입니다.
기대하기는 우리의 삶에 작은 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통해서건 아니면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어떤 일이 되었든지간에 그 틈이 우리를 더 활기찬 믿음으로 출발하게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