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씨의 수필 중에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 있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그는 글에서 소중한 사람이지만 그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 사람을 대할 때는 소홀했다가 다시 이전의 아름다운 관계로 돌아가지 못한 안타까움을 씁니다.
11월 차가운 날씨 탓은 아니지만 스산한 마음에 생각이 잠기던 그가 우연히 들고 읽은 시가 시인 마종기의 <이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한 구절이 마음에 뚝 떨어졌다고 썼습니다.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지?’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참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자기의 실수로 이제는 연락이 되지 않는 선배를 이야기합니다. 내 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시간에 선배와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쉽게 지나가고 잊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와 함께 말입니다.
인연이란 단어가 성경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간관계에서 서로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너무 쉽게 만나지기도 하지만 또 정말 너무도 쉽게 아주 친하고 아름다웠던 관계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매 순간 진지하고 신실하게만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그 관계에 충실하기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쓸 수도 없습니다. 가끔은 별일 없이 지나치듯 만남을 이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실망하면서도 만남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용기를 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서 그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을 보기만 해도 그들의 움직임에 위로를 얻고 생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장 친밀한 관계인 부부와 가정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떻게 바라보아도 괜찮은 구석보다는 모진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서로가 조금은 양보하고 또 눈을 살짝 감고서 함께 한 가정을 이루어 갑니다.
부모와 자식은 그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관계를 맺어갑니다. 아주 부족한 사람이어도 부족한 엄마는 없고 약한 존재여도 약한 엄마는 없는 것 처럼 이 관계는 더욱 특별한 은혜가 있습니다.
가족은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아갑니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은 엄마의 품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면서 관계를 맺습니다. 나를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름을 알기도 전에 그 존재가 ‘엄마’이며 나를 사랑하는 존재인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 관계에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서로의 상황, 성격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도무지 타인에게는 할 수 없는 말들로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어버이 날이 되었습니다. 5월은 가정을 생각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이 아름다운 관계를 허락하신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배우기를 원하십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기다리며 넉넉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기를 원합니다.
엄마의 품에서 경험했던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고 감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랑과 평안을 예배 가운데 경험하고 누리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