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09:58

아버지의 부재(不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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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자리는 참 어렵고도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더군다나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해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있고 또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버지가 됩니다. 생물학적으로든 아니면 사회적으로든 아버지의 역할은 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버지의 부재를 잘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

 

아버지의 자리는 참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더욱이 한국 사람들의 삶에서 아버지의 자리는 자주 비어있거나 다른 무엇으로 대신 할 때가 많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가기도 하고 어쩔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들은 자주 가정에서 자리를 비우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기억에서 선명하지 못한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자기의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고 애쓰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자주 피부로 아버지의 자리의 중요함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육신의 아버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신지도 4년여가 지났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사느라 꽤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기도 했거니와 아버지도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인데다가 목회자로 평생을 사셨기에 아버지의 자리는 저에게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항상 다른 것들로 채워지고 또 무엇으로 분주하게 메워 살았기에 그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은 사람으로 또 목회자로 사셨고 가정을 위해서 나름 애쓰셨으나 사역자의 자리가 늘 앞선 분이셨습니다.

 

항상 가깝지 못한 거리에 살았지만 이제 이 땅에서 완전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그 빈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목회자로서 뿐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이제는 조금 성숙한 자리에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덜여문 생각이 아니라 신앙의 깊은 고민들을 나누며 기도를 함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이제서야 다른 존재가 아닌 아버지의 자리에 대해 깨달아 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하는 것은 그 아버지를 기도의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 기도할 때에 그와 함께 계실 육신의 아버지도 기억합니다. 나이 기도를 아실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나중에 하나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소망하게 됩니다. 

 

최영희 시인이 쓴 <기도>라는 시는 “기도한다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다른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낮추어 겸손하게 은혜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한 인간으로 또 그리스도인으로 나의 자리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 또 아내의 남편으로는 어떤 존재로 서 있는지도 묻게 됩니다. 조금씩 묻다보면 나의 부족함 때문에 기도할 것들이 보이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의 자리에 서면 먼저 나의 약함을 인하여 탄식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게 됩니다. 

 

기도하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는 나의 존재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아도 좋겠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필요한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나의 부재를 느끼고 힘겨워 하지는 않도록 애쓰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나중에 나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 땅을 떠날 때가 올테지만 그 전에라도 나의 자리는 누구라도 넉넉히 채울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럼에도 내가 존재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아이들에게 또 교회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셔서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그 사랑을 전하는 데에 조그만한 도구라도 되어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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