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피에를 쌍소(Pierre Sansot)가 쓴 책 이름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는 “느린 사람들의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말로 책을 시작하지만 느리게 사는 삶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책에서 여러 느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아름답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나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이를, 모든 계절을 아주 천천히, 경건하고 주의 깊게 느껴가면서 살기로 결심했었다.”
“독자들은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게 될 ‘느림’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곧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은퇴후에 바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시골에 가서 저술활동을 하며 지내던 저자의 시선은 조금은 느리고 한편으론 게으른 삶이 가져다 주는 유익과 평안을 이야기합니다. 경건이라고도 말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서 우리 주변의 세상을 조금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느끼기를 이야기합니다.
현대의 삶에서 느리다는 것처럼 칭찬 듣기 어려운 것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빠르게 정확하게 그리고 다른 이들보다 탁월하게 무엇인가를 해 내는 것이 최상의 덕목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느림은 그 자체로 실패나 도태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빠름을 추구하다가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런던은 비교적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여전히 급하고 분주하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아갑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숨을 깊이 들여마시고 눈을 들어 하늘을, 또 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조차 잘 가지지 못합니다. 눈만 돌리면 숲이고 나무며, 하늘이고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지만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주 느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나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자주 분주하고 생각이 많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나의 시간을 느림에 맡겨두고 멈추어 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멈추어 서지 않고는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셨을 때에 눈이 바라 볼 수 있는 한계와 귀가 들을 수 있는 한계를 정하셨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머리와 마음도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멈추어 서지 않으면 도무지 우리의 생각은 하나님을 묵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님의 세상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으신 하나님의 성품과 뜻은 천천히 걸으며 깊은 생각에 잠길 때에 비로소 보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살기 시작하면서 거룩과 경건을 잃어버려갑니다. 애써 수고하고 시간을 내지 않으면 말씀을 묵상하는 것은 커녕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 조차 가지질 못합니다. 내 몸과 내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시간도 젼혀 가질 수 없어서 내가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고 내 마음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른채로 살게 되었습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한편으로 느릿한 8월을 마주합니다. 더위 때문에라도 잠시 그늘에 멈추어 앉아 조용히 내 속을 들여다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나를 만드신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앞으로 나아가면 더욱 좋을겁니다. 눈도 귀도 쉬게 만들면 미세하게 들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하나님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