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7 11:45

우리의 가위 바위 보

조회 수 12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images.jpg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랑 가위바위보를 할까? 네가 이기면 부탁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그럼 아빠, 내가 갖고 싶은 것 다 사 줄 거야?˝
˝물론이지. 네가 갖고 싶은 것은 아빠가 모두 다 살 줄게.˝

 

아버지와 아들은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은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아들은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고 즐거움이자 낙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가지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사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즐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버지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에게 일부러 져준 것을 아들은 아직 어려서 알지를 못합니다. 오직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아들, 아버지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없어 조막손으로 태어나 오직 주먹밖에 낼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계속 지고 싶어합니다. 언제가지나, 언제까지나. 자기가 주먹밖에 낼 줄 모른다는 것을 아들이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아버지는 또 계속 져 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오지 않기를 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유현민 《행복 수첩 속의 이야기》중에서

 

 

 

한해를 다 보내는 마당에 성탄이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날이 12월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이 땅에 기쁨으로 오신 날이 한해의 마지막에 있어서 좋습니다.

 

지나고나면 늘 아쉽고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렵기도 했고 또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거나 지치지 않을만큼 예수님의 성탄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들은 우리들과 다른 이유이지만 그래도 예수님의 탄생이 온 인류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일이어서 감사합니다. 이유를 바로 알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님을 통해서 아버지가 되십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이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에게 이미 하신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함께 해주십니다. 우리가 아직은 어리석어서 그 사랑의 크기와 방법을 잘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아들을 위해 늘 져주시는 아버지의 가위 바위 보 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사랑으로 대하십니다. 우리가 아직은 어리고 어리석어서 하나님의 사랑을 잘 모르고 내 힘으로 사는줄 알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상관하지 않으십니다.

 

입술로만 예배하고 내 마음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며 살아 온 시간들이지만 하나님은 화내시기보다는 측은히 여기시고 혼내시기보다는 위로해 주십니다. 가끔은 그런 하나님 아버지의 곁이 너무 무거워서 홀로 자유롭고 싶어하는 우리들에게 기꺼이 떠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시지만 또한 다시 돌아오기까지 먼 발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힘으로 우리들을 강제하실 수 있으시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어리석음 조차 이해해 주십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결코 그 길의 끝에서 우리를 벌하시거나 실패하게 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수고와 열심으로 우리에게 선한 길을 가르치십니다.

 

2012년의 성탄을 맞이하면서 지난 한해의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불러주신 사랑을 기억합니다. 내가 잘 느끼지도 알지도 못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언제까지라도 우리에게 져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 풍성한 마음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 마음에 조금씩 다가가는 새로운 한해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내미는 손이 참으로 약하고 부족한 손인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도움을 구하는 겸손한 한해이기를 또한 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우실 하나님에게...


  1. 희미한 길을 걷다

    한국에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이란 곳이 있습니다. 인권변호사란 말이 있지만 요즘에는 인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수자들의 공익에 관심을 가지는 공익변호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로펌에서 일 할때의 수입과 공익변호사로 일하면서 얻는 수...
    Date2017.06.27
    Read More
  2. 희망회로

    희망회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말이랍니다. 오늘도 여전히 힘겨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매일 희망회로를 돌려서 용기를 얻는 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마인드커트롤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말이라고 생...
    Date2017.04.14
    Read More
  3. 희망은 오늘을 산다

    내 손에 펜이 한 자루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펜으로 글을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편지도 쓸수 있으니까요. 내 입에 따뜻한 말 한마디 담겨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말로 남을 위로 할수 있고 격려할 수 있고 기쁘게 할 수 있으니까요. ...
    Date2014.03.07
    Read More
  4. 흔들리며 피는 꽃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겠냐고 묻는 도종환 시인의 시를 기억합니다. 우리가 사는 삶도 마치 바람에 흔들리며 위태해 보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꽃나무처럼 인생이 때로 흔들리고 위태해도 그 삶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는 위로일 것입니다. ...
    Date2016.11.02
    Read More
  5. 흔들리며 사는 인생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변증법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적 방법을 정립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반합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자신이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지만 이후에는 역사를 논할 때에 변증법적 역사관이라는 형식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
    Date2020.10.27
    Read More
  6. 흐르는 강물처럼

    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의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한국문화에 대한 위상도 올라가고 한국인으로 뿌듯함도 있습니다. 만들어진 영화가 꽤나 인상적이고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도 있어서 보는 이들이 어느...
    Date2020.02.19
    Read More
  7. 후회는 없을 거예요

    후회 가득한 목소리로 오, 오, 오오, 여가수가 노래한다 남겨진 여자가 노래한다 마음을 두고 떠난 여자도 노래한다 후회로 파르르 떠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마사이 워킹화를 산다 판매글 마지막에 적힌 ‘후회는 없을 거예요&rsquo...
    Date2018.02.07
    Read More
  8. No Image

    회개하는 자(2009년8월21일)

    회개하는 자 미국의 유명한 부흥가 무디 선생에게 어느 날 한 청년이 몹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찾아와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인데 그만 큰 시험에 들어서 주인의 돈을 1,500달러나 훔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
    Date2011.06.30
    Read More
  9. 황하도 맑아지는데

    신문에 중국의 황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중국의 큰 강인 황하는 늘 물이 황토빛으로 가득해서 결코 맑아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이름도 황하이고 그 물이 흘러드는 바다를 황해(서해)라고 부릅니다. “백년하청”라고 해...
    Date2017.11.07
    Read More
  10. No Image

    환경을 극복하는 신앙인(2010년4월9일)

    환경을 극복하는 신앙인 중국에 문화혁명이 일어났을 때 말을 잘 그리는 화가가 한 사 람 있었습니다. 그가 문화혁명을 만나 그림은 못 그리고 대신 말을 좋아했다 고 해서 마구간을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불평과 원망이 가득 차서 화를 내면...
    Date2011.06.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