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5 09:30

왜 지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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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키는가?

 

김요환

 

작년엔가 상영된 영화중에 <The Book of Eli>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연기파 배우인 덴젤 워싱턴과 개리 올드만이 나오는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문득 그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미국이란 곳에서 만들어진 영화라서 그런지 기독교적인 장치들이 많이 등장하고 또 그것이 주요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내용인즉슨 인류가 일으킨 핵전쟁으로 패허가 된 지구에서 살육과 약탈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시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가운데 인류의 미래라고 불리는 한권의 책을 지키고자 애쓰며 계시를 따라 서쪽으로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그가 지키려고 애쓰는 책은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책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책이 “성경”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사명을 목숨을 다해 가면서 완수한 주인공은 성경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가 남긴 유산중에 책들과 그림, 음악을 복원하는 희망의 공동체(?)인 서안에 도착해서 30년간 자기가 읽고 외웠던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구술하여 기록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구술을 시작하는 장엄한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도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사람들은 뭐가 소중하고 소중하지 않은지를 몰랐어 그것들을 저버려서 지금 우리처럼 서로를 죽이게 된거지”
“나는 믿음을 따라 가는거지 보이는 것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야”

 

그리스도인으로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폐한 인류의 삶 가운데 내가 소중히 지키고 따라야 할 말씀, 그 말씀을 알기는 했고 외우기는 했지만 그대로 살려고 하지 못했었다는 주인공의 고백 처럼 우리도 그 고백 가운데 나의 삶을 말씀을 따라 변화시키려 애쓰는 삶을 살아 가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영화를 보는동안 한가지 이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같이 박제된 말씀으로, 혹은 우리 인류에게 유산으로 남아 있는 가르침으로만 비춰지는 것 같아 불편하고 안타까웠습니다. 혹시라도 현재 그리스도인들이 회복하고자 하는 말씀이 이처럼 박제된 유산으로서의 말씀인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북미, 아니 전 세계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옛 문학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오르는 것은 오늘 나의 삶에 하나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묵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 성경공부도 하고 함께 나눌 말씀을 준비하면서 은혜를 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전하는 나의 삶은 과연 말씀의 영향력 아래 고스란히 놓여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문론 부족하고 연학하다는 핑계가 올라오지만 역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면하면서도 그저 내가 즐겁게 읽은 문학작품이나 재미있게 보며 감동을 받았던 영화 만큼도 내 인생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는 것이어서 우리 가운데 오늘도 역사하시고 삶의 방향과 목표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여전히 가장 중심에 놓여 있고 그것으로 하나님의 말씀도 재단하여 받아 들이고 있지는 않은지요. 적어도 말씀을 전하고 읽는 그 순간에 내 속에 조명하시는 하나님의 은성을 따라 내 삶의 방향이 조금씩 전환되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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