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이 마비되는 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병상에서 7년 넘게 간병하고 계신 김재식집사님의 책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안에 있는 글중에서 “나는 바람, 나는 깨어진 돌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새들은 노래하고 바람은 울고 간다.새들은 머무른 흔적이 없는데바람은 서늘한 외로움을 남긴다.타인들은 새가 되어 노래부르며 내 삶을 스쳐지나가고내 형편은 바람이 되어 내게 멍든 추억을 남기며 지나간다.어느 날 갑자기 나와 아내는바닷가에 깨진 돌맹이로 버려졌다.부드러운 파도가 몰려왔다.예약도 없이 이유도 없이더 머무르기를 바랐지만 떠나고또 새로운 파도가 와서 어루만져주었다.그렇게 병든 아내와 나의 삶에는파도처럼 위로하는 이들이 왔다가 가고7년, 그 사이에 깨진 모서리는 점점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있었다.이제 바람이 나를 스치면신음만이 아니라 간혹 노래가 되기도 한다.고맙게도...
어느날 갑자기 닥친 재난과도 같은 일에 스스로를 추스리며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가는 집사님의 모습을 통해 참 놀라운 위로를 얻습니다. 그의 고백은 자신의 삶이 대단하기 보다는 그 삶을 응원하고 기도해 주는 이들이 고맙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아픔과 힘겨움을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그래도 이 삶을 멈출수 없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을 알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멈출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말을 동감하며 하루 하루의 삶을 신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멈추고 싶을 때가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 사랑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때에 우리는 쉬 지칩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그 사랑을 전하지만 상대는 그것에 반응하지 않고 그 결과를 기대 할 수 없을 때에도 우리는 넘어집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어도 사랑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또 시작하고 나를 추스려 다시 일어섭니다. 내 자존심이 무너지고 내 사랑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아도 사랑한다면 기꺼이 다시 그를 향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말하는 것은 쉽지만 사랑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이 그 사랑의 전부를 보여주셨고 그 사랑으로 오늘도 나를 덮으시기에 나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2014년이 이제 한달 남았습니다. 사랑하지 못한 시간들이 또 지나 갑니다. 사랑하기를 포기하고 신실하지 못한 시간도 또한 지나갑니다. 이제 멈추고 넘어진 자리를 이불삼아 눕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함께 사랑하며 살아갈 오늘이 또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