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앞을 나서면 조용한 새벽 빛에 안개낀 풍경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해도 아직은 완전히 빛을 내지 않고 동이 터오는 동쪽 하늘은 붉게 빛을 냅니다. 그 옅은 빛을 받은 풍경에 안개가 조금 덮이면 그 새벽의 그림은 마음을 평안하게 합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 하는 저로써는 그런 풍경을 볼 때 사진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진도 부지런해야 아름다운 풍경을 찍을 수 있고 같은 풍경도 더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런 멋진 풍경을 자주 찍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풍경사진보다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제 사진에는 더 많이 등장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여행하면서, 산책을 하거나 생활하다가도 아이들의 모습을 남기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사진에는 늘 아빠는 없고 아이들만 있는 풍경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들추어보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 시간이 주었던 즐거움과 행복이 생각납니다. 사진 안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과 즐거운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 그 시간 속의 장소로 돌아 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 안에는 간혹 사진을 찍느라 찌푸렸던 얼굴을 굳이 환하게 펴고 웃어준 아이들의 마음과 사진에는 찍히지 않은 그 상황의 즐겁지 못한 여러 이유들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볼 때 우리는 그 불편한 것들을 잊고 보게 되기도 합니다.
사진은 모든 것을 다 기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불편한 상황과 곤란한 환경을 감춘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서 자기의 인생을 꾸미기도 한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심지어 보여주는 것 조차 조금은 각색해서 보여주기에 사진에 남아 있는 모습들이 다 진실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해도 저는 사진에 남아 있는 행복들과 풍경들이 좋습니다. 조금은 각색되고 과장되었더라도 그 모습으로 그 때를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나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좋았던 것을 기억함으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거의 좋은 것만을 기억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거나 과거를 왜곡해서 스스로의 잘못이나 실패를 덮어버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 부분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한 개인과 가정에서의 기억은 그 아름다운 시간을 간직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인생은 어떤 사진들을 가지고 있습니까?
꼭 인화되거나 파일로 남아 있는 사진이 아니어도 우리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림으로의 기억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기억을 포함해서 하나님이 사랑을 경험했던 감격이나 그 은혜를 처음 만났던 놀라운 시간들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습니까?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데에 이런 기억들은 참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혹 나의 믿음이 흔들리고 나의 확신이 도전을 받을 때에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기억들을 꺼내 묵상하다보면 하나님의 사랑이 기억나고 동행하심의 은혜가 확인 됩니다.
우리가 연약해지고 지쳐 넘저질 때에나 누군가 나에게 날선 말을 건네 마음이 상할 때도 나에게 선한 눈길을 주었던 이들의 격려나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의 마음이 우리를 평안으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결코 나 홀로 싸우는 싸움이 아닙니다. 함께 걸어가는 이들과 걷는 길이고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과 함께 뛰는 달음질입니다. 간혹 그 사실이 히미해지면 우리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꺼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지금 함께 걷는 성도들의 모습과 함께 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