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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대학들이나 커뮤니티들에 대나무숲이란 것이 유행하듯 번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게시판들이 이곳 저곳에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대나무숲의 역사적 기원은 <삼국유사>에도 등장합니다. 신라 제48대 경문왕 때, 왕위에 오른 경문왕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처럼 커졌는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 사람 뿐이었다는 겁니다. 

 

왕은 그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고 기술자 또한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두건 만드는 노인은 도림사 대나무 숲 가운데 들어가 대나무를 바라보고 외쳤습니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렸고 왕이 이를 싫어하여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또 직장이나 여러 공동체에서 대나무숲이란 인터넷 게시판이 새겨났습니다. 거기에 때로는 실명으로 또는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고 학교나 공동체의 문제를 공론화 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 게시판에도 좋은점과 나쁜점이 공존해서 익명으로 쓰여지는 글들은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악용되기도 해서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세심하게 걸러지는 보완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억울하거나 속상한 이야기들을 공개적인 자리에 털어 놓음으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거나 공동체의 주의를 환기 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삽니다. 그래서 그 마음들이 속으로 곪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속을 다 털어 놓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면서 감정들을 털어 내기도합니다. 물론 지금 내 문제와 떨어진 친구에게 말입니다.

 

상담을 하는 제 친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자기의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스스로 그 문제의 해답을 찾기도하고 상처를 극복할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겁니다. 물론 듣는 이에게 그 시간들이 주는 무게는 또 다른 힘겨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을 하는 이들도 정기적으로 자기의 멘토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에 살면서 서로의 대나무숲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면 성도가 서로에게 아픔을 털어 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대나무숲이 되어주시지만 우리도 서로에게 대나무숲이 되어서 들어주고 품어주면 좋겠습니다.

 

들어도 그 이야기를 밖으로 전하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해 줄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는 내 마음을 들어줄 좋은 친구 하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게 될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의 세상 전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그래서 그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일이라고 노래한 시인의 노래처럼 이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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