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7 10:42

사소하고 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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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데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시(詩)입니다. 그리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테지만 생각해보면 시란 분주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빠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 삶에서 시란 정 반대편에 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 할수는 있겠습니다. 그래보아야 일년 내도록 시집 한권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시 한편을 잘 읽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교회 주보에 시를 한편씩 실으면서 여러 시집들을 뒤지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시인들의 시를 모아놓은 곳을 열심히 드나들며 시를 읽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즐겨찾는 이들의 시가 있고 좋아하는 시의 어투가 생겼습니다.

치열하고 열정이 충만하기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관조적인 어투가 좋고 게르지는 않더라도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쓰는 말들이 좋습니다. 아마 내 삶이 그런 것들을 통해 위로를 느끼고 평안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하고 느린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풍경이나 배경처럼 그저 있는 듯 없는 듯하게 존재하는 것들과 천천히 자기의 길을 가는 것들이 주는 위로가 좋습니다. 나무가 그렇고 자연이 그렇습니다. 아마 하나님이 만드신 것들은 다들 그런것 같아보입니다.

 

만드신 그대로 서서 그렇게 존재 자체로 찬양하고 예배하며 살아가는 것들은 그래서 그 자체로 우리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것 같습니다. 


시인 박경리씨는 자기의 시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하나님이 열어주신 바늘구멍만한 위로나 숨구멍을 통해 위로받고 그래서 자기는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주신 위로가 자기의 삶에 늘 그런모양으로 주어졌다고 말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마 사소하고 느린 것들일겁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광장한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그저 어제도 오늘도 그자리에서 그렇게 자기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들이 좋습니다. 

 

가끔 지치고 힘겨울 때 늘 그자리에서 있어주고 누군가에게 말하기 쑥스러운 기쁨도 말없이 함께 해주는 사람들, 나무들, 그리고 하나님의 손길이 내게는 참 좋은 친구들이자 행복의 이유들입니다. 나믇ㄹ과 같은 행복의 크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를 살아가게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게하는 힘이되어주는 것들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무엇이 그런 위로와 기쁨이 되어주는 것들입니까?

 

마음은 참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아주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며 행복할 수 있는가하면 아주 작은 것으로도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내 뜻대로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에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하나님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손을 내미시고 우리가 있는 곳에 함께 있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서 또 아름다운 꽃들이나 푸른 나무들을 통해서 전해지기도합니다.

 

봄이 늦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도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기쁨과 행복의 하나님을 기다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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