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주일을 준비하다가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방영한 ‘판사’(The Judge)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기고한 글입니다.
이 드라마는 로버트 프랭클린이라는 나이 지긋한 가정법원 판사가 주재했던 실제의 판례를 드라마화한 것입니다. 그중 한 에피소드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마다하고 자기가 키우던 개에게 1억 5천6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상속하자 아들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아들부부, 피고는 개와 개의 관리인입니다. 재판 개시와 함께 피고측 변호사가 사건의 개요를 밝히면서 비디오로 녹화된 어머니의 유언을 공개했습니다. 6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부인이 일어서서 비디오 카메라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유언을 시작했습니다.
그 부인은 서두에 “나를 돌았다고 보지 마라 나는 아주 멀쩡한 정신으로 이 유언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개를 가리키면서 “나의 유산 1억 5천 6백만 달러를 여기 앉아 있는 프레드 3세(개의 이름)에게 상속한다, 그가 죽으면 그 돈은 고아원과 동물애호협회에 기증하라. 그동안 돈은 그의 관리인이 관리하게 하고 그에게는 연 5만 달러를 지급하라. 아들에게는 내키지 않지만 1백만 달러를 상속한다. 단 아들이 이 유언에 불복하여 문제를 일으키면 1달러만 주라”고 아주 또렷또렷 하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아들부부는 자기들이 어머니에게 잘 했노라고 항변했지만 어머니의 생일을 묻는 질문에는 전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프랭클린 판사는 “아들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1달러만 상속 받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에 무거운 질문을 갖게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어도 자기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개보다도 더 못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며 그래도 이렇게 유언한 어머니도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그러고 찾아보니 세상에는 자식이 아니라 자기가 기르던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일이 꽤 많은 모양입니다. 가정이라는 소중한 울타리가 점점 깨어지고 약해져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버이주일을 지납니다. 그 때마다 나를 향한 질문과 생각을 하게됩니다. “나는 어떤 아들이며 어떤 아버지인가?” 늘 그렇지만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특별히 먼곳으로 와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느끼는 죄송스러움은 오늘 같은 날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사실 좋은 자식이며 부모가 되는 일은 그리 깊은 고민을 해야하거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생각과 감정이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랑을 통해 표현되는 것일겁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질문하고 우리의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참 좋은 부모와 자녀들의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고 또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버이주일을 지나면서 오늘이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부모님에게 전화라도 드리고 사랑하다고 고백해 보길 원합니다. 오늘이라도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맛있는 식사라도 나누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식사 한 끼이지만 함께 나누는 식탁이 식구라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작은 공동체의 본질을 생각나게하고 그 안에서 주신 사랑의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리라고 믿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의 영원한 아버지가 되시고 우리의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기억하며 예배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