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우연히 최민식씨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어렵고 힘들던 시기에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던 한국 사람들의 삶을 인상깊게 남겼던 최민식씨의 사진은 흑백의 명료함과 인화된 흑백이 짙은 거친 질감속에서 끈질기고 열정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재주가 많지 않았기에 그래도 내 재능에 그리 많이 좌우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사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필름카메라를 챙겨들고 찎던 사진은 결국 직장을 다니면서 내 카메라를 가지게 되고 조금은 열심을 내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진도 쉽지만 않아서 내 생각처럼 찍히지도 그 강렬하던 사진들처럼 순간과 시간을 담아내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내 눈으로 본 것들을 마음으로 그려서 순간을 담아내는 작업은 참 즐거웠습니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에는 찍는 이의 사랑과 애정도 사진에 남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은 하고 아이들을 얻고나서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아빠사진사가 되어 아이들을 찍고 그 사진들을 보는 일이 참 즐거웠습니다. 어딜가나 시간이 날때마다 아이들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기 바빴고 덕분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사진으로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커가면서 더이상은 아빠 사진의 모델이 되기 싫어하고 아빠도 아이들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게 지쳐가면서 서서히 사진기를 들고 나가는 일도 사진을 찍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일년에 한번 여행을 가야만 사진기를 챙겨 들고 그나마도 잘 찍지 않게 되는 것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고 왜 요즘은 사진도 않찍느냐며 도리어 타박을 하기까지 합니다.
참 많은 사진들을 찍었고 또 가능하면 일년에 한번은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사친책을 만들어서 집에 두고 보곤합니다. 아이들도 가끔 그 사진책을 들여다보면서 기억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그 책에 써놓은 글들을 읽으면서 즐거워하기도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이 말합니다. 사진들은 많은데 그 중에서 아빠사진은 별로 없다고 말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늘 아빠였고 아빠는 또 사진 찍히는 것을그리 좋아 하지 않았기에 사진 속에는 아빠의 모습이 많이 남았을리 없습니다.
가족 사진들을 보면서 누군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 아빠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사진속 인물들이 바라보는 시선 속에 아빠는 늘 있었다고 말입니다. 나도 그렇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바라봐 주던 시선 안에 또, 가족들이 찍히던 사진속 반대편에 사진기를 들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있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그 사진을 찍던 그 때의 분위기 장소나 느낌들이 다 기억이 납니다. 있었던 일들이나 지났던 길들 그 안에서 함께 먹었던 음식이나 사건들까지 조금씩 되 살아나는 것을 보면 기억으로만이 아니라 추억을 담은 사진으로 순간을 남기는 것을 참 즐거운 일입니다.
아마도 지난 어린시절 나의 모습들 속에도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누군가의 시선이 담겨 있었을 겁니다. 기록속에서 심지어 기억 속에서도 남아 있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사랑 어린 시선과 관심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을 겁니다.
하물며 사람도 그러할진데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모든 자리에 그 시선을 두고 계시마 약속하셨으니 그 약속은 오늘도 우리의 삶의 많은 자리에 함께 있을겁니다. 내가 알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는다해도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고 나에게 사랑 어린 마음으로 격려하시던 그 시선이 오늘을 지나 내일에도 또 하나님의 나라 가는 그 시간까지 변함없이 우리의 삶의 시간들 속에 함께 있을 겁니다. 그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 은헤 안에서 오늘도 서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