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집사님 한분은 지금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지만 마음에 작은 꿈을 하나 꾸며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5년만 있으면 그리고 병상에 계신 어머님만 허락하신다면(여러 의미로) 늘 가고픈 선교지에 가서 봉사하겠다고 말입니다.
지금 당장 하지 뭘 그런것을 꿈까지 꾸며 준비하느냐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머님의 곁을 더나 짧은 여행조차 하기가 쉽지 않고 하고 있는 일을 얼마간 쉬면서 선교지를 다녀 올 형편도 되질 않아서 미리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조금씩 준비를 하면서도 정작 그 때에 형편이 허락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날을 꿈꾸며 지나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의 상황이 인간적인 계획을 늘 벗어나는 일이어서 더욱 그러할테지만 그래도 내심 그 때가 되면 훌쩍 선교지를 향해 떠날 생각으로 이것 저것을 준비해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교지에 가면 무얼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함께 갈 사람들을 찾아보기도하고 미리 배울 것들과 할 것들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미소를 짖는 얼굴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일반인이 선교지를 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땅을 밟고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들을 위해 기도할 제목들을 얻게 됩니다.
그 땅을 안다는 것은 그곳을 가보고 나서 더욱 분명해지고 커지는 마음입니다. 그저 생각만으로 아는 것보다 그 사람들을 보고 그 삶을 옆에서 지켜 보고나면 분명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마음이 더욱 크고 분명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교회들에서는 자주 선교지를 탐방하고 오는 기회를 만들곤합니다.
아직은 정해지지 않은 일정이지만 이렇게 미래의 어떤 날을 정하고 준비하면서 그 날을 꿈꾸는 것은 그 때가 되어서 경험하는 기쁨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꿈구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소망이기도하고 그 날의 기대가 오늘의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어디 그분의 꿈만 그렇겠습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 저런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 시절 꿈꾸던 것들이 희미해지고 사라져서 점점 현실적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의미에서 소망의 사람들입니다. 현실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기뻐하며 살아계신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볼 날을 기대하면서 그 하나님의 영광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오늘 내게 다가온 현실의 무게보다는 여전히 나를 향해 부으시길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조각을 소중히 여기며 사모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을이 어김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나뭇잎이 물들고 단풍으로 가득한 풍경이 우리에게 주어지듯이 그리스도인에게는 확실하게 주어질 나라입니다. 아직은 짐작하기도 어렵고 그저 꿈꾸듯 아스라이 먼 기대만으로 바라 볼 뿐이지만 그래도 그 나라는 지금 우리에게 약속되어 있습니다.
천년이 하루 같이 기다리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인생을 하루 같이 지나게 하시다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기쁨과 감격의 나라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그 나라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보다 황홀하고 가장 평안한 삶의 자리보다 평화로울 것입니다. 그 나를 꿈꾸며 오늘이 기쁨으로 소망으로 가득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