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 13:23

짐을 지는 인생

조회 수 1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amel-692648_960_720.jpg

 


니체는 자신의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여러 동물들을 등장시킵니다. 그중에 낙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낙타는 묵묵히 사람 대신에 짐을지고 사막을 건너는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책임감이 강하고 순종적입니다. 결코 짐을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그 일을 감당합니다. 물론 사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말입니다.

 

인생에도 그런 낙타형 인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장들과 같이 가족의 생계라는 짐을 묵묵히 지고 회사나 일터라는 사막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아버지들이 그렇습니다. 자녀들과 가정의 삶을 뒷받침하느라 자기의 인생을 살아보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기쁨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도 또한 그러할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일면 낙타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니체는같은 책에서 낙타형 인간과 반대편에 있는 존재로 디오니소스형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스신화에서 술의 신이자 풍요의 신이기도 한 디오니소스는 삶과 죽음등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래서 자유롭고 무질서하기도 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한편 스스로 풍요를 즐기고 행복을 우선으로합니다. 낙타형 인간과는 다르게 디오니소스형 인간들은 자기 삶에 충만함을 누리기 위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파괴나 혼란, 추하거나 부조리한 것들도 인정하는 존재들로 이야기합니다.

 

아마 지금 우리 삶의 두 단편을 보여주는 요소가 있는것 같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내 삶에 풍요로움을 누리기를 원하고 내면적으로는 질서를 깨고 변화를 통해 무엇인가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누리고 싶어하는 충동이 있는 디오니소스적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예인들이나 영화, 문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하고 나는 하지 못할 삶에 대한 동경을 해소하기도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의 삶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삶은 내 몸 하나를 가지고 길을 걷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가정이 생기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책임들이 우리의 어깨에 짐을 더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즘과 같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인생에 닥치게되면 그런 짐의 무게는 조금 더 무거워지고 이내 그 무게를 버티는 것이 힘겨워질 때가 있습니다.

 

짐은 우리에게 무겁게 지워지면 질수록 우리의 마음에서 기쁨과 행복, 자유로움을 빼앗아갑니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가는 길에 핀 꽃을 보는 여유나 중간중간 만나는 이들과 평안하게 교제하고 삶을 나눌 시간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빨리 목적지에 도달해서 이 짐을 내려 놓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그 길을 계속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길은 한번 지나가고나면 다시 되돌아오거나 반복할 수 없이 지나가고 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성실하고 책임있게 나에게 주어진 짐을 지고 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그 길을 걷는 동안 지나는 나의 시간을 소중히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짐이 무겁고 목적지가 멀다고해도 눈을 들어서 주변을 살필 여유가 있다면 그 길이 힘겹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함께 걷는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길을 거다가보면 홀로 외로운 시간을 이길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그 길을 걷는 동안 가족이라는 동반자와 한교회 성도들이라는 동역자를 만나게됩니다. 내게 짐인줄만 알았던 자녀들이 어느새 나보다 더 힘을 써서 함게 길을 걷기도 하고 내가 지쳐 있을 때에는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대신 내 짐을 져주는 동역자들도 있을겁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맡겨진 길을 걷다가보면 하나님이 기다리시는 그곳에 언젠가 도착할겁니다.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지납니다. 그 안에서 내가 진 짐만이 아니라 함께 걷는 이들과 풍경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기를 바랍니다. 


  1. 잔치국수

    국수에 잔치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은 요즘은 조금 생격한 일입니다. 요즘 잔치에서 국수를 먹는 일이 드물고 국수와 잔치가 그리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는 장터국수라는 이름으로도 잘 불리우고 팔리고 있는 모양입니...
    Date2018.08.14
    Read More
  2. 하나님이 만드신 신비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에 얼마나 신비롭게 만드셨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밝혀 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것 투성이이지만 아직도 인체의 신비는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신비숭에 ‘면역’이...
    Date2016.11.23
    Read More
  3. 감각은 느리고 시간은 빠르고

    2005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처음 아이들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캐나다 런던 땅을 밟았습니다. 윤호윤 장로님이 디트로이트에서 픽업해 주셔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교회 선교관으로 온것이 런던제일장로교회를 처음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첫날 저녁 늦게 ...
    Date2022.02.15
    Read More
  4. 하나님이 주신 자유함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로 알려진 루이스 캐롤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두개로 나누어진 길에 도착한 앨리스가 어느길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나무 위의 고양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어느 길로 가야하지?” 앨리스가 고양이에게 물...
    Date2018.08.29
    Read More
  5. 마흔 번째 봄

    함민복시인의 시중에 “마흔 번째 봄”이란 시가 있습니다.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아 쓴 시 같아 보입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
    Date2016.03.11
    Read More
  6. 조금 불편해도

    어떤 교회 집사님이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자기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사랑하고 봉사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행동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에 들어와서 함께 무엇을 하게 될 때는 ...
    Date2014.11.07
    Read More
  7. 짐을 지는 인생

    니체는 자신의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여러 동물들을 등장시킵니다. 그중에 낙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낙타는 묵묵히 사람 대신에 짐을지고 사막을 건너는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책임감이 강하고 순종적입니다. 결코 짐을 지는 것을 거...
    Date2020.07.07
    Read More
  8. 위기는 선과 악을 선택하게 한다.

    하나 성선설과 성악설은 오랜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이에 더해 인간이 교육을 통해 선해질 수 있는가도 논쟁이 되었습니다. 원래 선한 본성을 가진 인간의 선함이 교육을 통해 커지거나 악한 본성을 누르고 선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교육을 가치 ...
    Date2021.03.10
    Read More
  9. No Image

    맛있는 음식

    한주에 한번씩 누군가에게 읽힐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늘 그렇게 쓸 것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쓴 글에 내 삶이 담겨 있기 보다는 말만 넘치도록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어...
    Date2014.12.10
    Read More
  10. 봄은 힘이 많다

    겨울이 깊습니다. 지난주는 눈도 많았고 춥기도 많이 추웠습니다. 그래도 어느새 2월이 되었고 입춘도 지나갑니다. 꽤 여러번의 겨울을 지나가지만 점점 더 겨울은 춥고 외로운 계절이란 생각이 듭니다. 청년 때에는 겨울에 혼자 산에 올라가고 추운 바닷가에...
    Date2022.02.0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