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서 늘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습니다. 덕분에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많은 어른들의 조언과 책망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다보니 가금은 정말 듣기 싫은 말들도 있었습니다. “목사님 아들은 ~”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그랬습니다. 저도 목회자가 되고 나서 가끔은 제 딸들에게도 같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도 좋은 말과 칭찬으로 격려하는 일을 잘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게됩니다.
작년에 한국의 초록어린이재단이란 곳에서 100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집에서 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어떤 말을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지와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자녀들이 듣기를 원하는 말과 부모들이 많이 하는 말 사이의 차이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해서 나를 돌아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초록 재단은 먼저 자녀들에게 부모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조사했습니다다. 그 결과 1위 “사랑해”, 2위 “잘했어. 네가 최고야”, 3위 “고마워”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사랑받기를 원하고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지지해 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조금이라도 애쓴 것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하기도 해습니다. 아마 이런 대답은 우리 자녀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습니다.
두번째 질문은 코로나19로 집에서 들었던 뾰족한 말, 그러니까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공부나 해라” “시끄러워” “조용히 해” “밖에 나가지 마” “너 코로나 걸린 거 아냐?” 등의대답들이 나왔습니다. 듣고보니 저도 자주 하는 말이 있는것 같아 찔리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걱정과 자녀들을 위해 하는 말이기는 해도 그들이 듣기에는 불편한 말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관계의 사람들입니다. 특별히 한국사람들의 성향은 다른 민족보다 훨씬 관계를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정이 많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남의 일에도 관심이 많기도 합니다.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한없이 좋다가도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그것을 깰만한 어떤 일이 있으면 그와 함께 속한 공동체에서 조차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하는 정도가 아주 심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향은 긍정적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을 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교회로 모으셨습니다.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함께 함으로 더 귀한 일들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로 모인 공동체를 통해서 함게 예배하고 함께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갑니다. 서로 섬기며 서로 격려하면서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로 자라갑니다. 교회는 구원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서로 관계를 가지기 전에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사랑 받을 수 없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모여서 받은 사랑과 은혜를 서로에게 나누고 섬기는 곳이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
앞선 기사를 읽으면서 또 어떤 책을 통해서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서 문득 우리 교회공동체가 서로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수고해 주셔서, 섬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을 통해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기도하겠습니다.(진심으로)”
사랑하는 런던제일교회 성도 여러분! 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잘 하고 계십니다. 믿음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고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일도 만만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있는 자리에서 잘 하고 있습니다. 섬기시는 것을 통해 위로를 받고 전하는 작은 말들을 통해 용기를 얻습니다. 서로 조금씩 부족하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격려하면서 하나님의 교회로 세워져 가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다고 하셨지만 선하고 좋은 말로부터 시작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