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경에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롬브리브스 동굴’에서 딥 타임(Deep Time) 연구 프로젝트라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실험 기획자이자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클로가 이끄는 15명의 남녀 참가자가 40일동안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동굴 안에서 살아가는 실험이었습니다.
동굴은 총 길이가 14Km나 되는 큰 동굴이었고 내부는 선선하고 습한 환경이었습니다. 전혀 빛이 없어서 자건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하고 지하에서 물을 떠다가 먹으면서 자기의 생체리듬에 따라 생활하였습니다. 시계나 전화기등의 기기들을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하루의 시간을 그저 몸의 리듬으로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비교적 40일을 잘 지냈고 심지어 실험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금 더 동굴에 머물 용의가 있다고가지 말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수많은 가족들과 동료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두려움과 갈등과 싸우며 생활을 유지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활하는 방법들을 찾아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확인한 것은 빛이 없고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두려움 안에서 동료들이 유일한 의지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하루에 한번 동료들과 나누는 허그와 그마나 시간을 정해서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들이 그나마 그곳의 생활에 적응하게 해 주는 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완전하게 변화된 상황에 뚝 떨어지게 되었지만 함께 하는 동료가 있으면 그래도 조금씩 생활에 안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그 안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것은 여전히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것이 동굴에서 사는 삶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지게 되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사는 삶의 자리는 늘 익숙하고 편안하게 살게 되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늘 어렵고 힘든 세상의 삶에서 우리가 마음을 붙잡고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와 함께 하는 이웃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함께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아름다운 일이자 우리의 삶에 축복입니다. 교회로 함께 세워지고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며 그들을 통해 이 땅의 삶을 살아가는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 만나 함께 예배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삶을 나눈다는 것은 각자의 애씀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 동역자들을 보내주시고 함께 교회가 되게 하셨습니다. 서로 다르며 서로가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애씀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중심이되고 나를 이해하는 것 만큼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모든 것이 정지되고 사라지는 곳에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봅니다. 과연 나는 그곳에서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그렇게 힘과 위로를 경험하게 될 것인지도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얼마나 미숙한 사람들인지 모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전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주 위기의 순간이나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지게 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과 능력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바로 그 때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드러나는 겸손과 사랑이 발견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보다 먼저 지금 오늘을 사는 삶의 시간 속에서 내가 전할 수 있는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할 수 있는 신실한 믿음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 내가 시작하고 애쓸 때에 비로소 그런 일들은 우리에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