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개봉한 영화 ‘마지막 4중주’ (A late Quartet)는 25년이나 함께 연주해온 ‘푸가’ 현악 4중주단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이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곡 14번을 연주하기로 하고 연습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리더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스씨병에 걸리면서 여러 혼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려줍니다.
극이 시작하고 얼마지 않아서 피터가 학생들 앞에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베토벤은 이 곡을 쉼 없이 연주하도록 지시하는데, 이는 연주자들이 중간에 튜닝을 다시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주하는 동안 악기의 튜닝은 풀리고 하모니는 엉망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연주를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불협화음이라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까?”
이 곡이 40분간 쉼 없이 연주하도록 되어 있기에 하는 숙제와도 같은 질문이자 이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극중에서 4중주단은 공연을 앞두고 불협화음을 겪게됩니다. 도무지 서로 마음을 맞추고 함께 연주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되면서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이 공연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어야 하는가?” 리더인 피터의 건강문제로부터 그들 사이에 생기는 관계의 문제까지 힘겨운 상황이 계속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중주단이 공연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심지어 공연중에 첼리스트인 리더 피터가 더이상 연주를 할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새로운 연주자를 소개하고 다시 연주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아름다운 연주를 계속해서 마무리 해 나갑니다.
현악 4중주는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의 테마를 이끌어 가는 제1 바이올린에 비해 제2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들과 연결해주고 음색을 담당해주어야 합니다. 비올라와 첼로도 각자 자기의 음과 역할을 잘 감당해 줄 때 비로소 사중주 음악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됩니다. 결코 어느 한 사람이 주인공이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보조를 맞추기 위해 얼굴을 보고 마음을 맞추지 않고서는 연주하기 힝듭니다.
인생은 이들이 연주하고 만나는 문제들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 마음이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또 내 역할이 작아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되기도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가 함께 자기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간혹 불협화음이 생길때면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을 맞추어 줄수 있어야 하고 내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부족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맞추어 끝까지 함께 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앞선 사람을 인정하고 두드러진 결과를 내는 이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일은 더욱 그러합니다. 뛰어난 개인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모여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묶일 때에 함께 교회가 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 것입니다. 가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 힘에 부치는 상황을 마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얼굴을 바라보며 부족할지라도 함게 이 길을 끝까지 걷다가보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이루시는 하나님의 나라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맡기신 우리의 시간이 서로 마음을 맞추어 아름다운 연주곡을 연주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완벽하기보다 아름다운 연주가 연주되는 2023년이길 원합니다.